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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인터뷰: "마을에서 시작되는 ESG 혁명" - 노영상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

마을목회 사례로 본 ESG 실천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가 최근 제7대 총장으로 노영상 박사를 맞이했다. 40여 년간 신학교육과 선교적 실천을 연구해온 노 총장은 마을목회에 대한 깊은 관심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취임은 한국 교회가 직면한 여러 도전 속에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노 총장은 마을목회의 개념을 확장하여 이를 지구적 차원의 ESG(환경적 책임·사회적 책임·윤리적 책임) 운동과 연결 짓는 혁신적인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기자: 총장님,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먼저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의 비전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노영상 총장: "감사합니다. 우리 학교는 '실천'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신학이 단순히 이론에 그치지 않고 현실 세계에서 구현되어야 한다는 믿음이 있지요. 특히 오늘날 한국 교회가 직면한 여러 도전들 - 교인 수 감소, 사회적 신뢰도 하락, 젊은 세대의 이탈 등 - 을 고려할 때, 이러한 실천적 접근은 더욱 중요해집니다. 우리는 이론과 실천의 균형을 통해 한국 교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인재를 양성하고자 합니다."

 

기자: 총장님께서는 특별히 마을목회에 관심이 많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마을목회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노영상 총장: "마을목회는 교회가 지역 사회와 긴밀히 연결되어 함께 호흡하는 목회 방식을 말합니다. 전통적으로 교회는 종종 지역 사회와 분리된 '성소'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마을목회는 교회가 적극적으로 지역 사회로 나아가 그들의 필요를 채우고, 문제를 해결하며, 함께 성장하는 것을 지향합니다. 이는 예수님의 사역 방식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예수님은 성전에만 계시지 않고 마을과 거리로 나아가 사람들을 만나고 치유하셨죠."

 

기자:  최근 ESG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마을목회와 ESG 운동의 연관성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노영상 총장: "마을목회와 ESG 운동은 놀랍도록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적 책임(Environment), 사회적 책임(Social), 윤리적 책임(Governance)를 고려하는 경영 방식을 말하지만, 이 개념은 교회 활동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습니다.

 

환경적 책임(E) 측면에서, 마을목회는 지역의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실천적으로 참여합니다. 예를 들어, 교회가 주도하는 재활용 운동, 탄소 배출 저감 캠페인, 친환경 에너지 사용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사회적 책임(S) 측면에서는,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봉사 활동, 취약계층 지원,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는 마을목회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윤리적 책임(G) 측면에서, 교회가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것, 의사결정 과정에 교인들과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 등이 중요합니다.

 

결국 마을목회는 이러한 ESG의 가치를 교회 차원에서 실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는 단순히 한 지역에 국한된 활동이 아니라 전 지구적 차원의 운동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지역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들이 모여 결국 지구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습니다."

 

기자: 마을목회의 구체적인 내용과 방법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노영상 총장: "물론입니다. 마을목회는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 매우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법론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주요 단계와 방법들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첫째, 지역사회 이해와 분석입니다. 교회가 위치한 지역의 인구 구성, 경제 상황, 문화적 특성, 주요 문제점 등을 면밀히 분석합니다. 이를 위해 지역 주민 설문조사, 통계 자료 분석, 지역 기관과의 대화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합니다. 

둘째, 교회 자원을 파악합니다. 성도들의 전문성, 교회 시설, 재정 상황 등을 점검하여 지역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셋째, 지역사회 참여 프로그램을 개발합니다. 청소년 멘토링, 노인 돌봄 서비스, 다문화 가정 지원, 환경 정화 활동, 문화 예술 교실 등 각 교회의 상황과 지역의 필요에 맞는 프로그램을 기획합니다. 

넷째, 지역 네트워크를 구축합니다. 다른 교회들, 시민단체, 학교, 관공서 등과 협력 관계를 맺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합니다. 

다섯째, 교회 시설을 개방합니다. 교회 건물을 주중에 도서관, 카페, 문화 공간 등으로 활용하여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 공간으로 만듭니다. 

여섯째, 지역 경제 활성화에 참여합니다. 지역 농산물 직거래 장터, 사회적 기업 지원, 지역 화폐 사용 등을 통해 지역 경제에 기여합니다. 

일곱째, 생태적 책임을 실천합니다. 교회부터 친환경 에너지 사용, 쓰레기 줄이기, 재활용 등을 실천하고 이를 지역사회로 확산시킵니다. 

여덟째, 세대 간 소통을 촉진합니다. '세대 통합 합창단'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연령층이 어울릴 수 있게 합니다. 

아홉째, 지역사회 의사결정에 참여합니다. 지역 발전 계획, 주요 정책 등에 대해 교회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합니다.

 

기자: 총장님, 마을목회가 어떻게 ESG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노영상 총장: "네, 물론입니다. 마을목회는 단순한 교회 성장 전략이 아닌,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며 세상을 변화시키는 운동입니다. 이는 ESG의 각 요소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몇 가지 실제 사례를 통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환경적 책임(E)의 사례: 경기도의 한 교회는 '그린 처치'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이 교회는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여 교회 전력의 5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또한, 주일학교 아이들과 함께 교회 주변 하천 정화 활동을 매월 실시하고 있죠.  더 나아가 지역 주민들과 함께 '에코 마을 만들기'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일회용품 줄이기, 분리수거 교육, 도시농업 등을 통해 마을 전체의 환경 의식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는 교회가 앞장서서 지역의 환경 문제에 대응하는 좋은 예시입니다.

 

사회적 책임(S)의 사례: 전라북도의 어느 농촌 교회는 '마을 공동체 돌봄'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고령화된 마을의 특성을 고려해 교회 건물 일부를 개조하여 주간보호센터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노인들을 위한 식사 제공, 건강 체크, 문화 프로그램 등을 진행합니다. 또한, 지역의 청년들과 연계하여 '세대 간 소통'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청년들이 노인들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가르치고, 노인들은 청년들에게 전통 문화와 지혜를 전수하는 식이죠. 이를 통해 세대 간 갈등 해소와 지역 공동체 강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윤리적 책임(G)의 사례: 서울의 한 대형 교회는 '열린 운영 위원회'를 도입했습니다. 기존에는 교회 내부 인사들로만 구성되었던 운영 위원회에 지역 주민 대표, 시민단체 활동가 등 외부 인사들을 포함시켰습니다. 이를 통해 교회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지역사회의 요구를 더 잘 반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연간 예산의 사용 내역을 지역 주민들에게 공개하고,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주민 참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교회가 폐쇄적인 공동체가 아닌,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열린 공동체로 나아가는 좋은 사례입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마을목회가 어떻게 ESG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환경 보호, 사회적 책임, 투명한 운영이라는 ESG의 핵심 가치들이 마을목회를 통해 구체적으로 실현되고 있는 것이죠."

 

기자: 이런 마을목회 사례들이 어떻게 더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노영상 총장: "개별 교회의 노력은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이것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예를 들어, 한 교회의 환경 운동이 다른 교회들로 퍼져나가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린 처치 네트워크'라는 연합체가  결성되어 환경 문제에 대한 교회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죠. 또한, 교회의 사회 공헌 활동은 지역 사회의 문제 해결에 실질적인 도움을 줍니다. 앞서 언급한 농촌 교회의 노인 돌봄 사업은 지자체의 주목을 받아 공적 지원을 받게 되었고, 이는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교회의 투명한 운영과 지역사회 참여 모델은 다른 비영리 단체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됩니다. 이는 우리 사회 전반의 거버넌스 개선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결국, 마을목회를 통한 ESG 실천은 교회라는 테두리를 넘어 사회 전반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변화가 결국 전 지구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바로 마을목회와 ESG의 만남이 가진 큰 가능성입니다."

 

기자: 그렇다면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는 이러한 비전을 어떻게 교육과정에 반영할 계획이신가요?

 

노영상 총장: "우리는 '마을목회와 ESG'라는 새로운 교과목을 개발 연구 중입니다. 이 과목에서는 마을목회의 이론적 기초부터 실제 적용 사례, 그리고 이를 ESG와 연계하는 방법 등을 다룰 예정입니다. 또한 학생들이 직접 지역 사회에 나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현장 실습 과정도 강화할 계획입니다. 더불어 '디지털 마을목회' 과정도 준비 중입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소통이 일상화된 만큼, 온라인 공간에서도 마을목회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를 통해 물리적 경계를 넘어 더 넓은 '디지털 마을'을 형성하고, 그 안에서 ESG 가치를 실현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교육할 것입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한국 교회와 목회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노영상 총장: "한국 교회가 위기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을목회와 ESG의 결합은 그 한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교회가 단순히 예배 장소나 영적 쉼터에 그치지 않고, 지역 사회와 세상을 변화시키는 능동적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 땅, 그리고 미래 세대를 위해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합니다.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변화의 물결이 온 세상을 덮을 때까지, 우리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는 이러한 비전을 품고 나아가는 모든 교회와 목회자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노영상 총장의 이러한 비전과 구체적 사례들은 한국 교회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마을목회를 통한 ESG 실천이 어떻게 교회와 사회를 변화시킬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노영상 총장은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를 거쳐, 호남신학대학교 총장, 백석대학교 교수를 역임하였고 현재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의 총장이다. 기독교 윤리와 기독교 문화, 한반도통일연구, 그리고 마을목회 분야에 전문학자이다.

 

HealthEco.Media 정진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