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패션업계에서 ESG(환경적·사회적·윤리적 책임) 경영이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비건 소재를 활용한 스니커즈가 주목받으며 업계의 지속가능성 노력을 상징하는 아이템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관련 동아방송예술대학교 패션스타일리스트과 김혜리 교수와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Q: 패션업계에서 ESG 경영이 왜 중요해졌나요?
김혜리 교수: "패션업계는 전통적으로 환경 오염과 노동 착취 등의 문제로 비판받아 왔습니다. 특히 '패스트 패션'의 등장으로 이러한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죠.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0%가 패션산업에서 발생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윤리적 소비 의식이 높아졌고, 기업들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이미지 개선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기업의 장기적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Q: 비건 스니커즈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 교수: "비건 스니커즈는 동물성 원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환경 친화적인 소재로 만든 운동화를 말합니다. 이는 단순히 동물 보호를 넘어 환경 보호의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가죽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과 물 낭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재활용 소재나 지속가능한 식물성 소재를 사용함으로써 자원 순환에도 기여합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기술 발전으로 품질과 디자인 면에서도 기존 제품과 큰 차이가 없어, 소비자들의 선택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Q: 비건 스니커즈 시장의 현황과 전망은 어떤가요?
김 교수: "비건 패션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7.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비건 스니커즈는 환경과 윤리적 소비에 관심이 높은 MZ세대를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이러한 트렌드를 가속화시키고 있죠. 현재는 틈새시장이지만, 향후 5-10년 내에 메인스트림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Q: 주요 브랜드들의 구체적인 전략과 사례를 소개해주세요.
김 교수: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구찌는 '데메트라'라는 식물성 가죽 신소재를 개발해 스니커즈 라인에 적용했습니다. 이는 목재 펄프와 비스코스를 결합한 소재로, 기존 가죽과 유사한 질감을 구현했죠. 아디다스는 미국 바이오기술 기업 볼트 스레드와 협업해 버섯 균사체로 만든 가죽 대체재를 활용한 '마일로 스탠 스미스'를 출시했습니다. 나이키는 영국의 애나나스 사와 협력하여 파인애플 잎에서 추출한 섬유로 만든 '파인애플 가죽'을 사용한 에어포스 원 컬렉션을 선보였고요.
이외에도 뉴발란스, 반스 등 다양한 브랜드들이 비건 스니커즈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들 브랜드가 자체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전문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혁신적인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패션 브랜드와 바이오 기술 기업 간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Q: 비건 스니커즈 생산 과정에서의 도전 과제는 무엇인가요?
김 교수: "가장 큰 과제는 비용 문제입니다. 현재 비건 소재의 생산 비용이 기존 소재보다 높아, 제품 가격이 다소 비싼 편입니다. 또한 내구성과 기능성 측면에서 기존 제품과의 격차를 더욱 줄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생산 규모를 확대하고 기술을 고도화하여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또 다른 과제는 '그린워싱'을 방지하는 것입니다. 일부 기업들이 실제로는 환경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제품을 '친환경' 제품으로 홍보하는 사례가 있어,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제품의 전 생애주기를 고려한 진정성 있는 접근과 투명한 정보 공개가 필요합니다."
Q: 국내 기업들의 현황과 과제는 무엇인가요?
김 교수: "국내 기업들도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일부 기업들이 비건 가죽을 활용한 핸드백이나 운동화를 출시하고 있죠. 하지만 아직은 글로벌 브랜드에 비해 규모나 기술력 면에서 격차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국내 기업들의 과제는 첫째, R&D 투자를 확대하여 독자적인 친환경 소재 개발 능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둘째, 글로벌 친환경 인증을 획득하여 제품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째, 소비자들에게 비건 패션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전체 공급망에 걸친 ESG 경영 체계를 구축하여 일관된 지속가능성을 추구해야 합니다."
Q: 앞으로 비건 스니커즈를 포함한 친환경 패션의 미래는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김 교수: "비건 스니커즈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기술 발전으로 품질과 디자인이 더욱 개선되고, 대량 생산으로 가격 경쟁력도 높아질 것입니다. 또한 비건 스니커즈에서 시작된 친환경 소재 혁신이 의류, 가방 등 다른 패션 아이템으로도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서큘러 패션'이 주목받을 것입니다. 이는 제품 설계 단계부터 재활용과 재사용을 고려하여,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개념입니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제품의 생산부터 유통, 판매까지의 전 과정을 추적하는 '투명성 확보' 노력도 강화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ESG 경영은 이제 패션업계의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비건 스니커즈는 그 시작점일 뿐이며, 앞으로 패션 산업 전반에 걸쳐 더욱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비건 스니커즈로 대표되는 패션업계의 ESG 경영이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 이러한 변화가 어떻게 발전하고 우리의 일상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김혜리 교수는 동아방송예술대학교 패션스타일리스트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패션비즈니스학회 이사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고등직업교육연구소 정책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HealthEco.Media 정진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