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천 강화군 신문리 일대에 지어진 130세대 규모 모듈러 공공임대주택이 건설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강화군 중심부에 위치한 이 아파트 단지는 총 178개의 스틸 모듈러 유닛으로 구성되었으며, 지상 4층, 3개 동으로 조성됐다. 놀라운 점은 공사 기간이다. 일반 RC(철근 콘크리트) 공법으로는 10개월~1년 이상이 걸릴 규모를 단 27일 만에 골조를 모두 쌓아올렸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바로 스틸 모듈러 공법. 공장에서 철골 프레임, 내외부 마감, 전기 및 설비 공정을 모두 마친 유닛을 제작하고, 현장에서는 레고 블록처럼 조립만 하는 방식이다. 현장에서는 최대 400톤의 초대형 크롤러 크레인이 투입되어 30m 상공까지 모듈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쌓아 올렸다. 바닥, 벽지, 천장, 창호, 욕실, 주방까지 마감이 완료된 상태로 현장에 도착한 모듈들은 접합부만 정교하게 연결하면 되기에, 후속 공정도 빠르게 마무리됐다.
■ 강화 사례의 특징
강화 모듈러 아파트는 단순히 빠른 공기(工期)만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거주성과 내구성에서도 입주민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현장 점검 결과, 내외부 마감의 품질은 일반 아파트 수준으로 균일했고, 층간 소음 저감, 내진 성능, 방수·단열도 우수하게 확보됐다. 단지 내에는 경로당, 주민운동시설, 어린이 놀이터 등 편의시설과 91대 규모의 주차장이 조성되어 커뮤니티 기능도 충실히 갖췄다. 특히 모듈러 단점으로 지적되던 화재 안전성도 내화 성능을 확보한 특수 내화보드와 퀵커넥터 접합 기술로 보완해, 현행법상 3시간 이상의 내화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
■ ESG(환경·사회·거버넌스) 관점에서 본 모듈러 강화 사례
▶ Environment(환경): 탄소저감과 친환경성
모듈러 공법은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건설업계의 중요한 수단이다. 강화 모듈러 아파트도 예외는 아니다. 시멘트 사용량과 철근 타설 과정이 대폭 축소되면서, 건설 단계에서 약 20~30%의 탄소배출을 절감했다. 또한 공정 중 발생하는 폐기물도 기존 RC 공법 대비 약 50%가량 줄어들었다. 철골 모듈은 해체 후 재사용 및 재활용이 가능하며, 공장에서의 제작과정에서도 재료 손실이 적어 자원 순환 건축을 실현하고 있다.
▶ Social(사회): 주거복지, 안전, 지역사회 연계
강화 모듈러 아파트는 공공임대주택으로, 지역 내 청년, 신혼부부, 고령층 등 주거취약계층에게 안정적인 주거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가치가 높다. 또한, 현장 작업자의 안전 확보에도 기여했다. 모듈러 공법은 고소 작업을 최소화하고, 중량물 작업을 기계화하여 산업재해 위험을 대폭 줄였다. 강화군의 경우, 기초공사와 모듈 조립이 동시에 진행되어 주변 학교, 병원, 상가 등의 생활환경 소음과 분진 피해도 기존 대비 크게 줄었다.
▶ Governance(거버넌스): 품질 및 관리 체계 혁신
모듈러 공법은 제조업 중심의 품질 관리 시스템으로 공정별 데이터 관리와 품질 보증이 용이하다. 강화 프로젝트는 사전에 설계된 생산관리 프로세스와 품질검증 절차를 거쳐, 모듈 생산부터 조립 후 검수까지 완전한 공장 품질관리 체계를 도입했다. LH, 경기주택도시공사 등 공공기관도 프로젝트 전 과정에서 ESG 평가 기준을 적용했으며, 국토부 내화 인증, LH 표준화 검토, 3자 검증을 통해 성능을 공인받았다.
■ 과제와 전망
국내 모듈러 건축은 여전히 공사비 부담, 고층화 기술 확보, 제도 미비라는 3대 과제를 안고 있다. 강화 사례에서도 철골과 내화재, 이중 감리 등으로 RC 대비 약 30% 높은 공사비가 발생했다. 그러나, ESG 경영 강화 및 탄소중립이 필수 전략으로 자리 잡으면서 모듈러 건축의 채택은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올해 국내 최초 20층 이상 모듈러 아파트(의왕시)를 착공할 예정이며, 2030년까지 3기 신도시 내 4천 세대 공급도 추진 중이다. 특히, 향후 ESG 인센티브 정책이 본격화되면 모듈러 공법의 원가 부담도 점진적으로 해소될 전망이다.
강화 사례는 단순한 신기술 도입 사례를 넘어, 친환경·사회적 가치 실현·건설 혁신이라는 ESG 경영의 본질을 구현한 국내 모듈러 건축의 대표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고비용 구조와 제도적 장애물 해소 여부에 따라 국내에서도 영국, 미국처럼 고층화·대규모화가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HealthEco.Media 박희정기자 |